[투데이 포커스] 한국 부자들 “최고 투자처는 재건축”… ‘부동산 불패’ 신봉

입력 2017-08-01 18:04 수정 2017-08-01 23:45

부자들의 선택은 재건축 아파트였다. 가장 유망한 투자 분야로 재건축 아파트를 첫손에 꼽았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사는 부자 23.6%는 이미 투자용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 중이라고 답했다.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이 다가오는 낡은 주택은 2025년까지 450만 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도심재생 뉴딜정책은 대규모 택지 개발에 비해 주택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나오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도 공급 물량 확대 없이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다주택자 규제 등 수요 억제책에 머물 것으로 보여 강남 재건축발(發) 집값 뜀박질을 진정시킬지 미지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1일 ‘2017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미화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을 보유하면 고액자산가로 본다. 이를 한국에 적용해 부동산 빼고 현금·예금·주식·보험 등 금융자산만 10억원을 넘길 경우 부자로 보는 것이다.

연구소가 한국은행 통계청 국세청 통계 등을 종합해 추산한 부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4만2000명으로 1년 새 3만1000명(14.8%) 늘었다. 부자 수는 2012년 16만3000명에서 2016년 24만20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같은 기간 366조원에서 552조원으로 연평균 10%가량 증가했다. 연구소는 부익부(富益富)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로 글로벌 경기 회복, 주식시장 호황,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꼽았다.

올해 조사에선 부자들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향후 유망 부동산 투자 분야를 묻는 질문에 27.7%가 재건축 아파트를, 9.2%가 일반 아파트를 꼽았다. 둘을 합치면 아파트를 택한 응답이 36.9%로 지난해(13.8%)보다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부터 아파트를 재건축과 일반으로 나눠 설문했는데, 재건축 아파트 투자 인기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총자산 100억원 이상 보유한 슈퍼리치의 경우 투자용 재건축 아파트 보유율이 21.4%를 기록했다. 수도권 부자의 경우 재건축 아파트가 유망하다는 응답이 30.9%로 지방 부자(18.0%)보다 월등히 높았다. 보고서는 “한국 부자는 이미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실행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부자들의 평균 보유 부동산은 28억6000만원 규모였다. 국내 가계 평균 부동산은 2억5000만원 수준이다. 부자들의 부동산이 일반인보다 11배 이상 많다.

대표 부촌을 묻는 질문엔 강남구 압구정동,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청담동,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 순으로 답했다. 향후 5년 내 부촌에 대한 인식변화 질문엔 성북구 성북동, 종로구 평창동 등 전통 부촌 비중이 감소하고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수치로 입증됐다. 보고서는 “1986년 1월 아파트 1채를 구입해 2017년 1월까지 보유했다면 누적 투자수익률은 357%”라며 “31년간 연평균 5%의 복리 수익률을 실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