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품은 다저스 “29년 만에 기필코 WS 우승”

입력 2017-08-02 05:00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가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던 지난달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 경기에서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LA 다저스는 1일 29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다르빗슈를 영입했다. AP뉴시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MLB)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와 전체 승률 1위(0.705)를 동시에 질주 중인 LA 다저스가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트레이드를 통해 일본 출신 특급 투수 다르빗슈 유를 영입, 올 시즌 우승을 이루겠다는 포석이다.

MLB닷컴은 1일(한국시간) “다저스가 내·외야수 윌리 칼훈, 우완 투수 A J 알렉시, 내야수 브랜든 데이비스 등 유망주 3명을 내주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다르빗슈를 받았다”고 전했다. 텍사스의 제1선발 투수인 다르빗슈를 영입하기 위해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었던 이날 다저스가 유망주 3명을 텍사스에 넘긴 것이다.

팀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저스가 다르빗슈를 영입한 것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빈자리를 채우고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부동의 1선발로서 팀 선발진을 이끌고 있는 커쇼는 최근 허리 통증으로 인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복귀 시점은 불확실하다. 커쇼의 부재로 선발진에 큰 구멍이 생긴 다저스는 다르빗슈를 영입해 이를 막고 포스트시즌까지 대비한다는 의도다.

다르빗슈는 올 시즌 22경기에 선발 등판해 137이닝을 던지며 6승 9패 평균자책점 4.01에 그쳐 이름값에는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2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등 리그 정상급 투수였다. 포스트시즌 등판 경험도 있다.

이로써 다저스는 우주 최강 투수로 불리는 커쇼에다 올해 에이스급 활약을 보이고 있는 알렉스 우드, 다르빗슈 등 환상의 ‘원투스리 펀치’를 포스트시즌에 가동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다르빗슈는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선발투수다. 다저스는 더 좋은 전력을 갖게 됐다”고 다저스를 트레이드의 승자로 평가했다.

다저스의 트레이드 행보는 특히 지난해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시카고 컵스와 닮은꼴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내달렸던 컵스 역시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에 유망주 4명을 내주고 최정상급 좌완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했다.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채프먼은 컵스의 뒷문을 완벽히 지켰고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했다. 채프먼은 월드시리즈(7전4승제)에서도 1승3패로 벼랑 끝에 섰던 팀을 5차전에서 호투하며 구했고 이후 우승까지 이끌었다. 채프먼과 다르빗슈가 트레이드된 해를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점도 똑같다. 채프먼은 컵스의 우승을 이끈 뒤 친정인 양키스로 복귀했다. 다르빗슈는 이에 대한 질문에 “(친정인) 텍사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다저스가 던진 이번 트레이드 승부수가 지난해 컵스처럼 행복한 결말을 가져올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다르빗슈가 영입되면서 류현진은 더 힘겨운 선발 경쟁을 하게 될 전망이다. 다저스는 다르빗슈를 포함해 총 7명의 선발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류현진은 현재 커쇼와 브랜든 매카시가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있어 임시 선발로 뛰고 있다. 이에 류현진은 마에다 겐타와 5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다르빗슈가 오면서 경쟁률이 3대 1이 됐다. 포스트시즌은 더 힘겨운 바늘구멍을 뚫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포스트시즌은 4선발 체제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LA 타임스는 “챔피언십시리즈나 월드시리즈에선 커쇼와 우드, 다르빗슈, 리치 힐이 선발로 등판하게 될 것”이라며 “류현진을 비롯한 나머지 투수들은 중간계투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결국 류현진이 선발진의 한 축을 맡기 위해선 커쇼와 매카시가 모두 돌아오는 이달 말까지 살얼음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임팩트 있는 투구를 펼쳐야 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