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화 아니야?… 현실과 연결된 드라마가 뜬다

입력 2017-08-02 05:00
SBS 드라마 ‘조작’에서 언론사 간부로 나오는 문성근.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재벌가 며느리를 연기하는 김희선.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포스터(왼쪽부터). 각 방송사 제공

실화가 연상되는 TV드라마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드라마는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성을 확보하면서 공감대를 넓히기 수월하다. 또 우리가 당면한 사회나 개인의 문제를 직시하고 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 준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는 재미있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드라마가 나(우리)와 연결되네’라고 느끼길 원한다.

최근 시작된 SBS 월화드라마 ‘조작’(연출 이정흠·극본 김현정)에는 정·재계를 주무르는 언론사 간부 구태원(문성근)이 나온다. 주인공인 기자 한무영(남궁민)은 형이 누구 손에 죽었는지 추적한다. 한무영은 이 과정에서 돈과 권력을 주무르는 거악(巨惡)의 꼭짓점 구태원과 맞닥뜨린다. 구태원은 지난해 이맘때 ‘호화 접대 여행’ 의혹으로 사임한 한 언론사 간부를 연상시킨다. 한무영은 복수라는 개인적 문제와 비리척결이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의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작 ‘김과장’에서 직장인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했던 남궁민이 한무영을 어떻게 소화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시청률 15% 전후로 순항 중이다.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연출 김윤철·극본 백미경)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김희선)이 주인공이다. 재벌가 회장을 유혹해 결혼을 하는 간병인 박복자(김선아)는 우아진과 대조되는 캐릭터로 나온다. 우아진은 대기업 부회장과 이혼한 다른 대기업의 장녀가 모델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박복자는 2008년 35세 연상의 기업 창업주와 결혼하고 주식 지분을 얻었던 이 기업 부회장이 그 모델이라고들 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돈을 쫓는 우리 안의 욕망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보여준다”면서 “우아진은 부 밖으로 탈출해 자기를 찾고 박복자는 부 안으로 뛰어들어 자기를 잃는 얼개”라고 설명했다. 재벌가의 민낯을 보여주는 ‘품위있는 그녀’는 시청률 10%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tvN ‘비밀의 숲’(연출 안길호·극본 이수연)은 “이제 장르 드라마는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지난 주말 화려하게 종영했다. 마지막 회는 최고시청률 7.3%를 기록했다. ‘비밀의 숲’에는 검찰 스폰서의 죽음을 파헤치는 검사 황시목(조승우)이 나온다. 검찰 조직 안에서 따돌림 받는 황 검사의 모습은 과거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했다 좌천됐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상시킨다. ‘비밀의 숲’에 나온 갖가지 비리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혐의 재판에서 실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드라마는 적폐청산이라는 사회적 과제의 해결법을 제시했다. 시목(始木·시초가 되는 나무)이란 이름처럼 정의로운 한 사람의 선택이 우리 사회를 바로 세워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말이었다.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과제나 개인적 욕망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덕현은 “사회적으로 부패청산의 희망이 크기 때문에 ‘비밀의 숲’이 인기를 얻고 개인적으로 부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에 재벌가를 엿보는 ‘품위있는 그녀’가 인기”라고 분석했다. 현실과 접점이 있어야 시청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단순 시청률보다 실질적 화제성이 드라마의 성공 척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의 성공은 시청률이 아니라 화제성으로 봐야 한다”며 “‘품위있는 그녀’와 ‘비밀의 숲’은 사석에서 정말 화제가 많이 된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