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은 전기요금 인상 없다는 정부·여당 무책임하다

입력 2017-08-01 17:41
더불어민주당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밝힌 것은 무책임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중단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앞으로 5년간 전력수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밥을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2031년까지 유효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연말까지 수립해야 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할 말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말이 또 달라질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장기적인 에너지정책 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다루면서 스스로 신뢰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런 당정회의를 왜 열었는지도 의문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전기요금 폭등이 가짜뉴스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했는데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장관을 불러 긴급 당정회의를 열었다는 뜻인가.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계획에서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통해 단계적으로 원전 제로시대로 이행한다”고 밝혔다. 이런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잠정 중단됐고,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25년 이후 발전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와 여당이 직접 홍보전에 뛰어든 것이다.

공론화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어떤 결정이 나오든 무조건 따르겠다는 그동안의 공언이 무색하다. 이런 식으로 정부와 여당이 직접 나서 여론을 한곳으로 몰아간다면 공론화위의 최종 결론이 힘을 얻을 수 없다. 공론화위는 지금도 결론을 정해놓은 것 아니냐는 비난을 극복하지 못해 쩔쩔매는 실정이다.

국가에너지정책의 기본은 우리나라 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적정예비율을 산정한 뒤 전력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에너지믹스 변화가 아무리 중요해도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성급하게 뒤집지 말고 초석을 단단하게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