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는 촛불의 당위성 각성시킨 사상가” ‘한나 아렌트 학교’, 31일 국내서 개강

입력 2017-08-02 05:00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인 김선욱 숭실대 교수가 1일 ‘한나 아렌트 학교’ 강좌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길사 제공

독일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의 사상을 공부하는 ‘한나 아렌트 학교’가 문을 연다. 한국아렌트학회와 한길사가 공동 기획한 강좌 프로그램이다. 한나 아렌트 학교는 오는 31일 개강해 내년 2월 1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다채로운 강좌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아렌트학회와 한길사는 1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있는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나 아렌트 학교 개강 소식을 전했다.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인 김선욱 숭실대 교수는 “한나 아렌트 학교의 목적은 아렌트의 사상을 널리 퍼뜨리자는 게 아니다”며 “우리의 목표는 아렌트가 생전에 했던 고민을 우리의 고민으로 승화시켜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렌트의 이론은 한국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아렌트의 사상을 다루는 강좌가 진행되는 건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아렌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치학자 중 한 명이다.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이 대표작이다. 전체주의의 본질을 파헤치면서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설파했다.

특히 권력에 무비판적으로 부역하는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본 그의 사상은 지난해 촛불 정국 당시 재조명됐다. 아렌트는 지난해 국내 매체의 기사나 칼럼에 자주 등장한 이름이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아렌트는 촛불의 당위성을 각성시킨 사상가”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촛불 정국부터 아렌트의 사상이 한국사회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아렌트가 아닌 다른 사상가들의 사상을 다루는 강좌도 이후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길사는 지난 3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한나 아렌트 특강’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강연이 열릴 때마다 행사장에는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한다. 한길사는 “지난봄 특강 당시 아렌트의 사상을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참가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아렌트학회와 함께 한나 아렌트 학교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한나 아렌트 학교 강좌는 이날 간담회가 열린 순화동천에서 진행된다. 한국아렌트학회 소속 학자 11명이 강사로 나서며, 참가비는 강의당 2만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