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 기소)씨 딸 정유라(21·사진)씨가 강제송환된 지 31일로 꼭 두 달이 지났지만 정씨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특히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출석해 거침없는 증언을 한 이후 검찰은 정씨 수사를 미루는 분위기다.
정씨는 지난 5월 31일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국내로 강제송환된 이후 공식적으로 5차례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기간 검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청구했다.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 수사 의지를 꺾지 않았다. 검찰은 정씨가 국정농단 사태의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준주연급은 된다고 봤다. 수사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정씨를 구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검찰은 “정씨가 보통내기가 아니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해 3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기세였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3일 5차 소환 조사를 마지막으로 한 달 가까이 정씨를 부르지 않았다. 구속 수사 입장도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일각에선 정씨가 이 부회장 재판에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 증인으로 서면서 검찰 측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당초 정씨는 재판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긴박함 속에 법정에 깜짝 등장,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어머니 최씨와 삼성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검찰은 정씨 증언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씨는 변호인 측과도 사실상 연결선을 끊고 거처에서 두문불출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씨 법정 증언 때문에 처리를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에 대해 국제사법공조 요청을 해놓은 게 몇 가지 있다”며 “당장 처리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법정에서 정씨가 한 말과 관련해 검증 작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덴마크와 독일 사법 당국에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추가 적용을 위한 동의와 해외 은닉 자금에 대한 자료 등을 요청해둔 상태다. 결국 정씨에 대한 신병 처리는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새롭게 지휘라인이 구성된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돌아선 정유라… 檢도 달라졌다
입력 2017-08-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