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빚 2배↑… 하반기에도 증가세 이어갈 듯”
입력 2017-08-01 05:00
은행과 비은행권을 합친 가계부채는 4∼6월 23조2000억원 늘어나 1∼3월(13조3000억원)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발표될 부동산 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 기대감이 지속된다면 하반기 아파트 입주 및 분양 물량 증가와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이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2분기 17조1000억원 증가해 1분기 증가분 5조9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4∼6월의 경우 은행권 주담대가 11조3000억원,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한 기타대출 역시 5조7000억원 증가했다. 비은행권(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금융 당국의 총량 규제로 2분기에 확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의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 배경엔 부동산이 있다. 2014년 하반기 이후 늘어난 아파트 분양 물량으로 집단대출 중 중도금대출이 꾸준히 늘었다. 4∼6월은 전통적 이사철에 대선을 거치며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져 이게 대출수요 증가를 불러왔다. 5월 황금연휴로 인한 소비성 자금 수요도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전국 아파트의 입주 및 분양 예정 물량은 상반기보다 배 이상이어서 잔금 및 계약금 관련 주담대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반기로 넘겨진 분양 물량과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전 조기 분양하려는 물량도 함께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은 특히 7월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18을 기록하는 등 올 들어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집계하는 주택가격 전망 CSI는 100 이상일 경우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떨어질 것이란 답변보다 높았음을 의미한다.
다만 한은은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폭증기인 지난해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 관계자는 “8월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되면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가 둔화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와 별도로 수출이 우리 경제, 그중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수출 10억원이 유발하는 국내 취업자 수는 2014년 7.7명으로 계산돼 2000년 15.0명에 비해 반토막난 것으로 측정됐다. 반도체 호황 같은 수출 호조에도 고용이 크게 늘지 않는 이유다. 한은은 “수출 증가→생산 및 투자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의 연결고리가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낙수효과의 종언이다.
미 연준의 보유 자산 축소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은 이르면 9월부터 2021년까지 자산을 1조2000억∼2조10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일 예정인데, 우리의 장기 금리는 이에 따라 0.07% 포인트 올라가게 될 것으로 계산됐다. 한은은 “국내 성장률 하락폭은 최대 0.02% 포인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