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폭탄에 후보 피살… 선거일 전쟁터 된 베네수엘라

입력 2017-07-31 18:26
베네수엘라 경찰관들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알타미라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 오토바이에 불을 지르자 몸을 피하고 있다. 이날 실시된 제헌의회 선거에 반발해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AP뉴시스

베네수엘라 정부가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했다. 반(反)정부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하면서 전국이 ‘전쟁터’로 변했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전역 1만4500여 투표소에서 제헌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헌법 개정권과 의회 해산권을 갖는 제헌의회 의원 545명을 선출한다. 집권여당 통합사회주의당 후보 5500명만 선거에 출마했다. 야권은 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보이콧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투표한 뒤 “오늘은 승리의 날이다. 제헌의회와 더불어 헤쳐 나가자”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41.5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은 투표율을 7∼15%로 추산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다타날리시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 72%가 제헌의회 구성에 반대했다.

최악의 경제난과 극심한 정국 혼란의 위기 속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회를 해산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헌의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지난 4개월간 반정부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최소 125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부상했다.

선거에 출마한 변호사 호세 펠릭스 피네다가 전날 자택에서 괴한이 쏜 총에 숨졌다. 북부 쿠마나에서는 야권 지도자 리카르도 캄포스가 피살됐다. 선거 당일에만 10대 청소년 2명을 비롯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카라카스에서는 사제폭탄이 폭발해 경찰 7명이 부상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군경 38만명과 장갑차를 동원해 무력진압에 나섰다.

미국과의 갈등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우리는 불법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베네수엘라 국민과 민주주의는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6일 베네수엘라 고위관리 13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핵심 산업인 석유 분야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황제(emperor)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