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만명 빚 26조 탕감… 文정부 첫 금융정책 ‘실험’

입력 2017-07-31 18:33 수정 2017-07-31 23:01

금융위원회가 총 25조7000억원(214만3000명) 규모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및 파산면책채권을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인당 평균 1200만원 정도다. 빚 탕감을 통해 채무자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겠다는 문재인정부 금융정책의 첫 번째 실험이다.

금융위는 31일 금융업권별 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소멸시효 완성채권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21조7000억원(123만1000명)의 채권을 다음 달까지 전액 소각한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4조원(91만2000명) 규모 채권은 자율적 소각을 유도한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금융회사가 추심을 하지 않은 채 장기간(5년) 지난 채권이다. 소멸시효가 지나면 채무자도 갚을 의무가 없다. 은행들은 이런 채권을 원래 액면가의 1% 정도로 저축은행 등에 파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회사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채무자가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10년 연장되는 제도도 무분별하게 이용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권 소각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고 시혜(施惠)적 정책도 아니다”며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과도 거리가 있다고 본다.

2013년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3월까지 약 58만명의 채무 3조5291억원을 조정해줬다. 이 중 34만6000명은 월 소득 100만원 이하 저소득자들이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