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은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등 예민한 통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사령탑에 올랐다. 노무현정부 시절과 다른 게 있다면 통상교섭본부가 외교통상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다는 점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24일 “산업부 장관은 큰 틀에서 우리 산업의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교섭을 통해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상호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의 지위를 부여받은 만큼 김 본부장에게 협상의 자율권이 주어진 상태다.
김 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특별회기 공동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게 되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특별회기 소집이 한·미 FTA 재협상이 아닌 개정이나 수정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부에서 김 본부장이 한·미 FTA 산파 역할을 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재협상 요구에 잘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체결 협상의 시작부터 최종 합의문 서명까지 지휘한 인물이다. 당시 협상 막판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미국 측에 짐을 싸고 돌아갈 생각을 하라며 압박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위원을 맡아 국제 통상 업무에 필요한 경험도 쌓았다.
김 본부장은 미국 논리에 끌려가지 않고 한국 측 요구사항을 적극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전문직 비자 쿼터와 한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완화 등이다. 이동복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31일 “호주 등은 전문직 비자 문제를 FTA로 해결해 취업 기회를 얻었다”면서 “우리도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요구할 만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문직 비자 쿼터 권한은 과거 행정부에 있었지만 9·11 테러 이후 미 하원 법사위로 넘어갔다. 호주도 FTA를 체결한 뒤 10개월 뒤에야 E비자라는 별도 형태의 전문직 비자 1만5000개를 취득했다. 우리나라는 FTA 체결 후에도 전문직 비자를 받지 못했다. 김 본부장도 한·미 FTA 협정문을 서명한 뒤 이 부분을 아쉬워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무역 조치 완화도 요구할 만하다. 이 실장은 “미국이 최근 불합리한 반덤핑 관세 부과와 세이프가드 조사 등 무역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완화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김현종의 FTA 대응카드는…전문직 비자 쿼터 요구할 듯
입력 2017-08-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