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SLBM?… 北, 연속도발로 ‘한·미 균열’ 노린다

입력 2017-08-01 05:00
북한의 모란봉악단과 공군국가합창단이 30일 평양 인민극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합동공연을 펼치고 있다. 뒤편 대형 스크린에 북한 미사일 발사 모습이 보인다. 노동신문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시험발사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 국면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 경축연회를 열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미국을 향해 ‘연속 타격’을 거론하며 위협을 이어갔다.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는 북측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사설에서 “우리가 또다시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은 주체조선을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도 무사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ICBM급 미사일 발사는 오로지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미제에게 연속 강타를 들이댐으로써 반미 대결전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올 것”이라고도 했다.

평양 목란관에서 30일 열린 화성 14형 발사 경축연회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 부부가 연회장에 도착하자 “만세” 환호성이 터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만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경축연회 축하 연설에서 “위력하고 다종화된 로켓들이 백두산대국의 핵병기창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고 주장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북한이 올 들어 함경남도 신포 인근에서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포급(군사명 고래급) 잠수함과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을 정박해 놓은 모습이 포착됐다. 기존 ‘북극성 1형’ 대신 이를 개조한 신형 SLBM ‘북극성 3형’을 발사할 수도 있다. 최근 북한의 로미오급(1800t) 잠수함이 동해에서 장기간 운용되는 등 잠수함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8월 하순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겨냥해 단거리 미사일을 쏘거나 ICBM급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화성 14형을 재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전술적인 도발을 통해 한반도 위기지수를 올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연속 도발을 통해 노리는 것은 결국 한·미동맹의 균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ICBM을 보유하면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들어간다. 유사시 핵탄두를 장착한 ICBM 공격을 위협하면서 미군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되는 셈이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느슨해져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밝히면서 제재 국면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북한을 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미국 등 관계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