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 2그룹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제대회에서의 세대교체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었지만 김연경 의존증 탈피와 뛰어난 세터 발굴이 시급하다는 숙제도 안게 됐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 2그룹 결선 라운드 결승에서 폴란드에 세트 스코어 0대 3(19-25 21-25 21-25)으로 져 준우승을 거뒀다. 당초 대회 우승을 목표로 잡은 한국은 예선 라운드에서 8승 1패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예선에서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리했던 폴란드에게 힘과 체력에서 밀리며 우승컵을 내줬다. 2그룹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1그룹 승격 기회도 아쉽게 놓쳤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체력문제가 결국 우승의 발목을 잡았다. 대표팀은 강소휘와 이소영의 부상 하차로 14명이 아닌 엔트리 12명으로 싸우는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지난달 7일부터 불가리아와 폴란드, 한국, 체코 등을 돌며 3주 이상의 대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이 바닥났다.
주장 김연경은 FIVB와의 인터뷰에서 “준결승전을 마친 뒤 우리 선수들이 피곤함을 느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승을 향해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5점을 올렸다. 홍 감독은 “우리는 조금 지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2014년 대회에서 1그룹 8위를 차지한 한국은 2015, 2016년 대회에 불참한 탓에 2그룹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다. 3년 만에 나선 대회에서 준우승하며 국제대회 경쟁력을 입증했다. 또한 리베로 김연견을 비롯, 박정아 김미연 황민경 등 세대교체의 중심에 설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며 한국 배구의 미래를 밝혔다. 부상으로 낙마한 이재영과 이다영, 고예림 등 국내 실력파들이 합류하면 새로운 황금세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공격이 여전히 김연경에게 쏠리고 있는 점은 문제다. 결승전에서도 김연경 외에는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올해 29세로 노장축에 든 김연경 이외의 공격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 염혜선, 이소라 등 신예 세터들은 결승에서 토스가 흔들리며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사니(은퇴)와 이효희(한국도로공사) 이후 코트 위의 야전사령관인 수준급 국가대표 세터 발굴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된 대회였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女배구 대표팀, 12명 악조건에도 국제무대 ‘강스파이크’
입력 2017-07-31 18:18 수정 2017-07-31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