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신앙] 40년 맞춤양복 기술로 세상 섬겨요

입력 2017-08-02 00:00
박수양 ‘엘부림양복점’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구 양복점에서 맞춤 양복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엘부림양복점 제공
KBS드라마 '월계수양복점 신사들'에 특별 출연해 탤런트 이동건과 함께 찍은 사진.
맞춤양복 명장 박수양(67·서울 답십리침례교회) 장로는 40여년간 맞춤양복 기술로 목회자와 선교사를 섬겨오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목회자와 선교사들에게 양복을 선물해왔다. 2004년부터 8년간은 재소자에게 양복기술을 가르쳤다. 재능의 일부를 하나님께 드리는 ‘재능기부 십일조’인 셈이다.

지난 29일 서울 답십리 ‘엘부림양복점’에서 만난 그는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라며 “소문낼 일이 아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몇 벌 정도 선물했느냐고 묻자 “세본 적은 없는데 1년에 평균 10벌, 수백 벌쯤 될 것 같다”고 했다.

박 장로는 1968년부터 맞춤양복 한 길을 고수해 온 장인이다. 서울 ‘미조사 양복점’에서 심부름꾼으로 시작해 76년 ‘부림 양복점’을 오픈했다. 기성복이 인기를 끌면서 양복점은 사양길이 됐지만 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2010년 한국맞춤양복 기술경진대회 대상, 2014년 아시아 고베 양복기능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엔 박 장로의 둘째 아들인 승필씨가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 제2의 창업을 했다. 양복점 이름도 히브리어로 하나님을 뜻하는 ‘엘로힘’의 ‘엘’을 붙여 ‘엘부림’으로 만들었다. 부자는 명품 양복과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고 6000여 회원을 체형별로 구분, 매장 한번 방문으로 양복을 맞출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이후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고객의 85%가 20∼30대였다.

양복 선물은 부림 양복점을 오픈할 때 시작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 해외 선교사들이 대부분 돈이 없으니까 새 정장을 사지 못하고 오래된 옷, 몸에 안 맞는 옷을 입더라고요. 처음에 선물한 분은 선교사였어요. 지인 부탁이었는데 지금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네요.”

가장 기억에 남은 이는 전남 광양의 한 목회자였다. 그 목회자는 직접 전화를 했다. 성도가 10명도 안된다고 소개하고는 옷이 없어 체면을 무릅쓰고 전화했다고 했다. 이후 해마다 양복을 한 벌씩 선물했다.

재소자에겐 2004∼2005년 의정부 교도소, 2007∼2013년 여주 교도소에서 1주일에 2∼3회 교육했다. 그에게 배운 제자 100여명이 양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그동안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먼저 아들이 가업을 잇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은혜라고 했다. 또 하나님께서 유명 농구선수이자 감독 허재, 탤런트 정보석 김보성 이민우 등 유명인들을 고객으로 보내주셨다고 했다. 2013년 6월 권영해 전 국방부장관의 소개로 방한 중이던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양복도 맞췄다.

2016년엔 한국맞춤양복협회가 선정하는 명장이 됐고,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로 위촉됐다. 양복점을 배경으로 방영됐던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양복점신사들’에 특별 출연하고 자문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들이 장인으로, 큰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가업을 이어받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유니클로처럼 양복점을 키우는 게 아들의 꿈이다. 박 장로는 “목회자와 선교사들을 섬기는 일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