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문제작 ‘군함도’… 끊이지 않는 논란과 해명

입력 2017-07-31 00:01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군함도’에서 탄광 강제노역을 하던 조선인들이 집단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 온 영화 ‘군함도’가 개봉과 동시에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스크린 독과점, 역사 왜곡, 한·일 외교 갈등 등 첨예한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논란이 논란을 낳으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치솟는 양상이다.

지난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5일 만인 30일 오후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량’(2014)이 보유한 최단 기록과 타이다. 역대 최고 오프닝스코어(97만명)로 출발한 영화는 2일째 100만, 3일째 200만, 4일째 300만 고지를 차례로 넘어섰다.

폭발적 흥행세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국내 전체 스크린 수 2700여개 가운데 ‘군함도’는 사상 최초로 2000개 이상을 장악했다. 개봉 첫날 무려 2027개 스크린(교차상영 포함)에서 1만176회 상영됐다. 지나친 쏠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2, 3일차 1900대로 떨어졌으나 주말 들어 다시 2000선을 회복했다. 순제작비 220억원이 투입된 대작임에도 손익분기점(700만명)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 사이에서는 “‘군함도’ 말고 볼 영화가 없다” “마을버스 배차 간격보다 상영이 잦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영화계 내 비판도 적지 않다. 민병훈 감독은 지난 26일 SNS에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군함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지난 29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여름 시즌이면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저 또한 영화인들과 함께 계속해서 논의하고 개선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또 다른 한 축은 역사 고증 문제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탈출 스토리로 풀어낸 영화를 놓고 관객 평이 엇갈렸다. 당시 일제의 폭압을 밀도 있게 그려내기보다 조선인끼리의 다툼, 조선인 친일파 캐릭터 등을 강조해 주제의식을 흐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화에 실망한 일부 관객은 포털 사이트에서 ‘평점 테러’를 벌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과의 외교 갈등 조짐이 불거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우리 외교부는 27일 “과거 수많은 한국인이 군함도에서 가혹한 조건하에 강제로 노역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류 감독은 “‘군함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증언과 자료집을 참고했다”며 “취재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친일파의 반인륜적 행위를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측 주장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면서 “군함도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던 약속부터 지켜라. 우리 영화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보다 중요한 건 일본의 사과”라고 일갈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