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제 손으로 키운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맞벌이를 하느라 직장에 매여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근무시간에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서울 광진구는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자녀 동반 근무시스템’이란 색다른 실험을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구는 구청 3별관 2층 28㎡ 규모의 공간을 부모와 아이가 근무시간에 함께 지낼 수 있는 ‘키즈룸’으로 꾸몄다.
이 방에는 동화책과 장난감, 식탁의자, 유아전용 채널이 나오는 TV 등이 설치돼 있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CCTV, 공기청정기 등도 마련했다. 동시에 업무용 컴퓨터 2대와 전화기를 뒀다. 엄마와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며 엄마는 자신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면서 틈틈이 아이를 돌보고, 아이들은 엄마 옆에서 자연스럽게 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키즈룸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미취학 아동을 둔 직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아이를 데려올 수도 있지만 이용하는 어린이집 사정으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게 된 경우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구청 관계자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안정적이고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키즈룸 운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한 공간에서 지낼 경우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김혜정 서울시 보육정책담당관은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부모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잠깐 한 눈 파는 사이 아이들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택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도 “부모의 필요를 떠나 아이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시설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다음 달부터는 키즈룸에 상주 직원을 고용해 보육이나 안전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자녀 데리고 출근해 돌보며 근무… 광진구청 ‘키즈룸’ 실험
입력 2017-07-3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