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다 도모미 전 방위상이 사퇴한 날 공교롭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방위상을 겸직하게 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북한의 ICBM 발사 후 총리 관저와 방위성, 외무성을 오가며 우왕좌왕하자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안보 공백’을 지적했다.
기시다는 북한이 지난 28일 오후 11시41분 미사일을 발사한 뒤 방위성 및 외무성 수장으로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그는 29일 0시44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한 뒤 방위성으로 가 약 1시간 45분간 간부들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통상 총리 관저에서 NSC 회의가 끝나면 외무상과 방위상은 각 부처로 돌아가 대책을 협의한다. 하지만 수장이 방위성으로 가버린 외무성은 회의를 주재할 장관이 없는 공백 사태를 맞았다. 기시다가 외무성에 간 것은 NSC 회의가 끝난 지 2시간 반 뒤였다. 방위성과 외무성은 차로 15분 거리다. 기시다는 29일 오전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로 협의하는 등 외교적 대응도 소홀했다.
비상 대응도 이전보다 늦어졌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10분 뒤인 오후 11시51분 발사 정보를 입수하고 29일 0시11분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는 12분 만에 정부 발표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30분 가까이 걸렸다고 교도통신이 지적했다. 또 방위성 내에선 미사일 발사를 누구에게 보고해야 할지 헷갈려 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결국 아베 총리가 자질이 의심되는 방위상을 기용했다가 안보 공백까지 자초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하필 방위상 사임한 날… ‘허둥지둥’ 아베 정부
입력 2017-07-30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