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및 국민일보, 최 기자 측에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적, 대중적, 정치적 조치를 취하겠음.”
국민일보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대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 희망나비의 운영비 의혹과 여성비하 문제를 다룬 기사(국민일보 7월 29일자 8면 참조)를 보도한 다음날 희망나비 평화기행단장이 모바일 메신저로 이런 문자를 보냈다.
법률적 조치의 가능성보다도 ‘대중적, 정치적 조치’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기자가 단장의 메시지를 받고 10여분 만에 메신저와 공식 메일로 “허위 사실이 뭔지 말해주면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으나 하루가 지나도록 답은 오지 않았다.
희망나비는 답변 대신 30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경향신문 앞에서 ‘희망나비 학생활동탄압언론 적폐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15명가량이 ‘사실왜곡 언론갑질 경향신문 국민일보 규탄’ 등 푯말을 들고 있었다. 회견 분위기는 흥분과 화로 가득 차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의 진상을 설득력 있게 전 세계에 알리려는 단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 문제를 제기했던 참가비 부정 운용 의혹이나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부적절한 발언 등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 왜곡 사이비 언론 규탄한다” 등의 자극적인 구호만 나왔다. “이번 사건은 희망나비 회원들의 진정성을 왜곡하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언론의 탈을 쓰고 벌어진 탄압이며 현대판 마녀사냥”이라며 “박근혜라는 괴물 정권을 겪다가 꼭 닮아버린 괴물 언론의 적폐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히려 기행에서 다른 참가자들을 힘들게 한 제보자의 어리석은 푸념을 기사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에게 소수의 의견은 ‘철없는 푸념’이었다. 이에 더해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뿐만 아니라 제보자에게도 ‘대중적, 정치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우려만 더욱 키울 뿐이다.
희망나비는 단체 운용에 대한 언론의 지적을 위안부 문제에 반하는 ‘적폐’로 몰았다. 희망나비가 당초 가졌던 선의의 목표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해명과 내부에서 불거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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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최예슬] 언론 의혹 제기가 ‘적폐’라니…
입력 2017-07-30 18:35 수정 2017-07-31 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