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에 매우 실망… 북한에 아무것도 안해”

입력 2017-07-30 17:49 수정 2017-07-30 21:44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후 중국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터뜨렸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물어 무역과 연계한 대중 강경 조치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 중국은 우리를 위해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저 말밖에 안 했다”며 분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두 번째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달 사망한 직후 “중국의 노력은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처음으로 중국을 비판했지만, 북한의 두 번째 ICBM 발사 후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면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무역과 연계한 강경 조치를 단행할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바보 같은 미국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에서 한 해 수천억 달러를 벌도록 했지만 더 이상 이런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과 고관세 부과 등 강경 조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취임 이후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나서면 이(북한)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고 덧붙여 보다 적극적인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미 상·하원 모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한 대북 제재법에 조만간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금지와 북한 거래 기업 등에 대한 제재 등을 담고 있는 이 법이 발효되면 중국을 겨냥한 미 행정부의 후속 조치가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지도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순찰을 강화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또 유엔을 통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금지, 북한 국적 항공기·선박 통제 등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결의안에 중국이 동의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특히 대북 제재 결의안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미 CBS방송은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얼마나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대화로 복귀해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