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상임감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 대신 내부비리 감시, 회계업무 감독 등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공공기관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공시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연봉은 1억∼2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밥값’을 하는 상임감사는 손에 꼽힐 정도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감사 평가 분야 ‘우수’를 받은 곳은 한국자산관리공사 1곳에 불과하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적발사례를 보면 ‘허술한 상임감사’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감사원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2월에는 직원들이 인부를 허위 등록해 인건비를 빼돌리다가 적발됐다. 당시 감사원은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10명에게 해임·파면 등 중징계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준공하지도 않은 1조원대 공사를 서류에는 완료한 것처럼 꾸민 비리도 밝혀냈다. 농어촌공사 직원들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잘 받으려고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류 조작으로 농어촌공사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15년과 지난해 각각 127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상임감사의 내부 감시는 없었다. 현재 농어촌공사 상임감사는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인사다.
한국가스공사 직원 22명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조사에서 납품업체로부터 금품,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 파면·해임 조치를 요구했다. 가스공사 역시 상임감사직을 두고 있지만 사전에 이런 비리행위를 걸러내지 못했다. 당시 상임감사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었다.
상임감사가 회계 부실을 막지 못해 큰 손실을 빚은 사례도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지난해 6월 감사원 조사에서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책임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부실을 야기한 해양플랜트 계약을 사전심의 없이 수주토록 방치했다는 게 요지다. 결과적으로 대우조선은 1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지난해 3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감시자 역할로 상임감사를 두고 있지만 소용없었다. 산업은행 상임감사는 관료 출신이다. 해당 감사의 지난해 연봉은 2억3090만원이었다. 외부 감사 업무를 맡고 있는 한 회계사는 “상임감사 자체가 정부 임명직인데 정권 차원에서 하는 업무에 큰 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낙하산 상임감사’의 일탈행위도 종종 빚어진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는 현재 검찰에 기소까지 됐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점심식사를 하면서 마시기 싫다는 직원에게까지 낮술을 강요했다. 지난해 10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구타까지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노조는 이 상임감사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노동청은 지난 1월 검찰에 이 사건을 넘겼다. 새누리당 당직자이자 지방의회 의원 출신인 그는 5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상임감사는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국정감사에서 크게 문제가 됐었다. 내부 감시를 하라고 앉혔는데,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다 적발된 것이다. 상임감사 업무와 무관한 국회의원 보좌관 접대였다. 정치권 인사 출신인 해당 상임감사는 국감 직후 사임했지만 지난 2월 한국마사회 상임감사에 임명되면서 복귀했다. 그가 올해 받는 연봉은 9932만원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청와대 백’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면 기관장도 상임감사의 일탈행위를 모르는 척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숨겨진 낙하산, 공공기관 상임감사] 비리 감시는 뒷전, 직원들에 낮술 강요… 억대 연봉 상임감사 백태
입력 2017-07-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