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 “국내 오페라계 제작역량 키우는데 집중할 것”

입력 2017-07-30 21:05 수정 2017-07-30 23:21
이경재 신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28일 “한국에서는 음대나 극장에서 오페라 연출가를 키워내기가 어렵다. 앞으로 국내 오페라계가 제작 역량을 키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서울시오페라단의 정체성은 적은 예산 속에서 재미있는 레퍼토리로 관객에게 오페라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경재(45) 신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60대 이상의 음악계 원로들이 단장을 맡아왔던 만큼 역대 최연소인 그의 임명은 ‘세대교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가 임명된 것은 현장과의 소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연소 단장이라고 해서 오페라단이 파격적으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선배들이 시도했던 다양한 프로젝트와 그에 따른 시행착오 안에 해답이 있다고 봅니다.”

서울대 성악과와 미국 인디애나 음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 단장은 그동안 100편 안팎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서울시오페라단과는 인연이 깊어서 2006년부터 매년 작업해 왔다. 특히 2013년부터는 원작을 축약하고 해설을 넣은 마티네 공연의 상임 연출가로 활동했다.

“오페라가 한국에 들어온 지 내년이면 70년이 됩니다.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개인 역량의 비중이 큰 성악이 가장 먼저 발달했죠. 현재 한국성악가들이 해외 무대에 서는 게 낯설지 않잖아요. 하지만 작곡 연출 제작 등 다른 요소들은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아직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서울시오페라단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기관인 서울시오페라단은 규모와 예산 면에서 매우 열악하다. 10억원 안팎의 연간 예산은 국립오페라단의 한 편 제작비용과 비슷하다. 게다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가장 큰 적자를 안긴 서울시오페라단의 올해 공연 횟수는 더 줄었다.

“국내에선 그다지 공연되지 않지만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는 레퍼토리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일부 작품은 중극장에서 장기 공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또 국제적인 지명도 있는 해외 스태프와 주로 작업하는 국립오페라단과 달리 한국 스태프들과의 작업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스태프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국 오페라계가 발전할 수 있다”며 “미리미리 작품 계획을 세워 제작 실패 확률이나 관객의 불안감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