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8일 오후 11시41분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은 최고고도 3724.9㎞까지 치솟았다. 비행거리는 998㎞로 47분12초간 비행했다. 지난 4일 시험발사 이후 24일 만에 최고고도는 922.9㎞, 비행거리는 65㎞ 늘었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기술적으로 더 진전된 ICBM급 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고각발사를 실시했다. 지난 4일 발사한 화성 14형의 사거리(추정)는 최대 8400㎞가량으로, 미 서부지역 타격이 가능하다. 28일 발사한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만1000㎞로 추정된다. 사실상 미국 본토 전역 타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화성 14형의 최고고도가 더 높아진 것은 액체연료의 양을 늘렸거나 1단 추진체 엔진의 추진력이 더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번에도 백두산계열 신형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만 보면 화성 14형은 ICBM(사거리 5500㎞ 이상)의 조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ICBM의 핵심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북한은 화성 14형 발사 다음날인 29일 “대기권 재돌입(재진입) 환경에서 전투부(탄두부)의 유도 및 자세 조정이 정확히 진행됐고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됐다. 핵탄두 폭발장치도 정상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에도 북한은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미사일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이들은 고각발사만을 통해 ICBM의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30∼45도로 정상 발사되는 미사일의 낙하속도와 대기권 재진입 시 공기저항에 의한 압력, 즉 충격과 진동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30일 “미사일을 고각발사하면 탄두부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낙하한다. 이럴 경우 낙하속도가 늦고 공기저항도 비교적 균등하다”고 말했다. 반면 최대 사거리를 비행하는 정상적인 ICBM은 대기권 재진입 시 속도가 마하 20∼24로 빠르고 경사각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공기저항이 더 높아 탄두의 마모현상이 불규칙하게 발생한다.
대기권 재진입 후 탄두 폭발시험이 없었다는 것도 북한의 재진입 기술 확보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대기권 재진입 후 목표지점의 일정고도에서 탄두가 폭발해야 정상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목표수역에 떨어졌다는 것만으로 재진입 기술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이 화성 14형을 추가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2차례 시험발사 후 실전배치한다고 했던 준중거리미사일(MRBM) ‘북극성 2형’처럼 북한이 화성 14형을 곧바로 실전배치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차 핵실험 실시도 우려된다. 북한은 화성 14형에 대형 중량 핵탄두가 탑재된다고 밝혀왔다. 이는 한층 위력적인 핵탄두를 사용해 위협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형 중량 핵탄두는 수소탄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더 진화한 北 ICBM, 액체연료 늘렸거나 1단 엔진 추력 강화
입력 2017-07-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