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아파트값 최고 상승 더 정교한 대책 세워라

입력 2017-07-30 17:40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부총리 등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했다. 농담 섞인 말이지만 부동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0.57% 오르며 올 들어 주간 상승률로 최고를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주 0.90% 올라 한 주 전에 비해 상승폭이 배 이상 확대됐다. 서울 일부 아파트 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최대 1억5000만원 올랐다. 새 정부가 처음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이 무색하다.

부동산은 심리다. 지금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저금리로 갈 곳 잃은 풍부한 자금과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다. 정부는 투기수요만 잡으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6·19 대책 이후 오피스텔이나 기존 주택 등으로 풍선효과가 확산되고 시장은 내성이 생겼다.

문제는 고강도 규제를 내놓을 경우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경기 불씨를 꺼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는 살리되 부동산 시장은 안정시키는 절묘한 한 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달 내놓을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주택거래신고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은 한 발짝씩 앞서가는데 뒷북 대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서울의 경우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아쉽다. 노무현정부는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12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집이 많지만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방식 외에는 공급이 어려운데 이를 억지로 누르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분산시킬 수 있는 유인책도 필요하다. 주택 실수요자들에겐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투기 수요를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1석3조의 정교한 정책조합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