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가 23세 이하 유망주들이 주축이 된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에게 무기력하게 패하며 망신을 샀다. 이번 K리그 올스타 중 다수가 A대표팀인 신태용호에 차출될 전망이어서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29일 밤(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딩경기장.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한국과 베트남의 공식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사상 처음 베트남에서 2017 K리그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기존의 올스타전이 국내 스타들을 두 팀으로 나눈 것이었다면 이날 경기는 한국 올스타와 베트남 유망주간 경기였다. 축구 열기가 높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 한 수 위 한국 축구의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A대표팀간 친선 경기도 아니고 채 기량이 무르익지 않은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한 경기여서 승리는 당연히 거둘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결과는 0대 1로 K리그 올스타의 충격적인 패배였다.
친선 경기라는 성격에다 부상 우려나 체력 문제 등을 감안하더라도 K리그 올스타의 경기력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2∼3수 아래로 여겨진 ‘약체’ 베트남에게 끌려 다니다시피하며 공수에서 모두 허점을 보였다. 선수들간 손발이 안맞은데다 상대 공격수에 대한 수비조직력이 매끄럽지 못하는 등 베트남을 얕잡아본 듯한 선수들의 해이해진 정신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이번 올스타 명단에는 이근호(강원)와 김신욱 김진수(이상 전북), 양동현 손준호(이상 포항), 곽태휘(서울), 염기훈(수원) 등 신태용호 승선이 유력한 후보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 충격을 더했다.
K리거들의 수준 이하 실력은 A대표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예선 A조 2위인 한국(4승1무3패·승점 13)은 다음 달 31일 조 1위 이란과 경기를 치른 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이란전 승리가 필수적인데 팀의 주축이 될 K리거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축제로 남아야 할 올스타전이 오히려 한국 축구계에 뜻밖의 숙제를 안겨준 셈이 됐다. 축구 관계자는 30일 “대표팀이 이번 패배를 교훈삼아 선수들 간의 조직력과 정신력을 하루속히 가다듬어 월드컵 예선전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베트남 동생들에 끌려다닌 90분… 헛발질한 올스타
입력 2017-07-30 18:47 수정 2017-07-30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