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국장, 비서실장에 “정신분열”… 백악관 내전 격화

입력 2017-07-29 05:00
앤서니 스카라무치 미국 백악관 공보국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그는 26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정보 유출 배후로 지목해 수사를 촉구했다. AP뉴시스

백악관 내 권력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은 자신의 상사인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잇단 ‘정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하며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촉구하는 등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어서 프리버스 실장의 낙마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뉴욕 월가 출신이자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인 스카라무치 국장이 공화당 전국위원장을 지낸 주류 정치인 프리버스 실장의 자리를 노린다는 말도 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27일(현지시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프리버스 실장을 “정신분열적인 편집증 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프리버스 실장이 조만간 있을 물갈이 인사에서 사퇴를 요구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프리버스 실장과의 관계를 “카인과 아벨의 관계”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성경 속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나빴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카라무치는 지난해 대선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백악관 진입을 시도했으나 프리버스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수출입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려 했으나 이마저 좌절되자 프리버스 실장에게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버스 실장은 스카라무치가 공직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스카라무치가 러시아 스캔들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백악관 공보국장에 임명되자 연일 프리버스 실장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자신의 재산 내역을 보도하자 FBI에 수사를 촉구하면서 프리버스 실장을 정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자신의 글이 논란을 빚자 이를 지우고 CNN에 출연해 “프리버스 실장에 대한 수사를 요구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빌 샤인 전 폭스뉴스 회장 등과 만찬을 갖고 백악관 비서진 개편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또다시 정보 유출 배후로 프리버스 실장을 지목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자신도 배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 회동을 트위터에 공개한 뉴요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이 사실을 흘렸는지 말하라”고 요구했다.

임명된 지 1주일도 안 된 신임 공보국장이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대놓고 공격하는데도 백악관에서 프리버스 실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적다는 사실은 백악관 내 권력다툼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공화당 관계자가 “프리버스 실장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20%”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CNN에 출연해 정보 유출과 프리버스 실장을 언급하는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