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委, 갈 길 아직 멀었다… 객관성·공정성 담보 등 과제

입력 2017-07-29 05:03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이희진 대변인(오른쪽)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론화위 2차 정기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윤석 공동대변인. 최현규 기자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공사 공론화 절차에서 ‘시민배심원제’를 배제함에 따라 초기 혼란은 일단 진정됐다. 공론화위가 공론조사 결과를 제출하고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역할 분담’이 분명해졌다. 정부와 공론화위는 체면을 구겼지만 배심원단의 법적 지위, 공론화 결과의 구속력 등에 대한 우려는 해소된 셈이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28일 언론 설명문에서 “공론화의 핵심은 의제에 대한 숙의(熟議)”라면서 “공론화위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그 결론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임을 충분히 인식한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와 정부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에 대해 “공론화 방향을 당초와 다르게 변경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공론화위가 단순히 사람을 뽑아서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다”며 “공론화위는 어떤 방법을 통해 결론에 이를지 그 과정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론화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100% 수용하겠다는 입장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정 주체를 둘러싼 혼란은 진정 국면이지만, 공론화위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공론화위의 다음 과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론조사 절차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일이다. 공론화위는 지역과 성별, 연령 등을 안배해 전 국민 중에서 2만명을 선발한 뒤 이 중 350명을 다시 추출해 공론조사 대상자로 삼기로 했다. 정책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사이기 때문에 설계상 흠결은 곧 정치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공론조사 대상자 350명을 선발한 뒤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탈(脫)원전은 찬반 양측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분야다. 대상자를 위한 찬반 주장 자료집 제작부터 토론 과정에 이르기까지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기간이 짧더라도 양질의 정보가 대상자에게 전달된다면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원전에 찬성하든 탈원전을 주장하든 양쪽 모두가 너무 강경하다. 생각의 출발점도, 가진 정보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갑상샘암 피해자 수도 양측 추산치가 다르다”고 부연했다.

조성경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350명에게 균형 있게 찬반 양쪽의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토론 과정에서 말솜씨가 좋은 전문가의 논리가 신뢰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공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조사 설계에만 6개월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신고리 5, 6호기 관련 공론조사는 기획과 실행, 결과 분석, 공표까지 모든 과정을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글=조성은 기자,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