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정권 친화’ 인상 벗고 법무부와 거리두기

입력 2017-07-29 05:00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이철성 경찰청장과 환담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취임인사차 경찰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문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찰청 제공

“저는 국회에서 요구가 있으면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에 해가 되지 않는 한 출석할 의향이 있습니다.”

지난 24일 인사청문회에 나온 문무일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선언은 사전에 참모들과 치밀히 계획한 것이라기보다는 폭탄 발언에 가까웠다고 한다. “관행에 의하면 검찰총장 후보자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답변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놀라 되물을 정도였다. 그런데 문 총장의 이런 선언에는 좀 더 깊은 함의가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 총장은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국민의 여망을 잘 알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이해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는 그간 검찰이 청와대와 교감하는 등 정권 친화적이라는 인상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의 뜻에 좌우되는 친위대 같은 모습이 국민의 반감을 샀다고 반성한 것이다.

이러한 인상을 벗어던질 수 있는 방편이 국회 출석 카드였다는 해석이 법조계에서는 많다. 검찰총장이 그간의 관행과 달리 국회에 출석해 여야 정치권의 주장을 모두 듣게 된다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동력이 확보된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간부는 “국회 출석을 말한 것은 여야 양측 모두의 견제를 받겠다고 문 총장이 답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의 발언은 그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목소리가 높던 검찰개혁 방안인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그간 검찰은 수시로 법무부에 갖은 보고를 해 왔는데, 이는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대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물론 그간 법무부 장관들은 국회에서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 답변이 부적절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수준만 제시해 왔다. 이렇게 즉답을 피할 때에도 무얼 묻고 무얼 답변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검찰과 법무부 간 보고가 이뤄졌다고 검찰은 설명한다.

이러한 관행에 과연 법적인 근거가 있느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싸고도 이 보고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민감한 사건 수사가 벌어질 때마다 검찰이 “법무부나 청와대에 수사상황을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고 자주 해명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 총장이 직접 국회에 나아가 답변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검찰이 법무부에 시시콜콜한 보고를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양측이 유착하는 대신 서로 견제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탈검찰화와도 연결되는 문 총장의 복안이라는 해석이 많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파견 검사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탈검찰화가 아니라 보고 관행을 손질하겠다는 선언이 진정한 탈검찰화”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