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熟議 절차와 국회 논의 과정 필요하다

입력 2017-07-28 18:03 수정 2017-07-28 21:31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중단 최종 결정 주체는 정부라고 밝혔다.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폐기했다. 결정 권한이 있는 것처럼 오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지영 공론화위원장은 “공론화위 역할은 공사 중단 여부를 결론 내는 것이 아니라 숙의(熟議)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대표성마저 결여된 기구가 국가의 정책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바람직하다.

청와대도 비슷한 입장이다. 공론화위가 제시하는 의견이 권고라고 할지라도 찬반 의견이 있을 것이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라는 입장이다. 즉 숙의를 통한 의견수렴은 공론화위가 하되 이를 근거로 최종 결정은 정부가 내린다는 것이다. 야당은 청와대가 최종 책임을 공론화위에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했으나 청와대와 김 위원장의 설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논란이 빚어진 것은 정부가 자초했다. 정부는 공론조사와 시민배심원제 개념도 정리하지 않았고, 공사 중단 책임 주체까지 모호하게 만들어 탈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성마저 의심받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 원전 공사 중단 여부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향배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다. 치밀한 계획 하에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도 최종 결정 과정에서 엄청난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현행 법·제도하에서 공사 중단 결정과 관련한 법적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애매모호하다. 당연히 조급하게 밀어붙일 게 아니라 다양한 여론을 경청하며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는 물론 탈원전 정책 전반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을 추가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원전 문제는 국가의 미래비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법리적 논란을 피하고 국민적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