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 시급하다던 입장 뒤집은 국방부

입력 2017-07-28 18:03
국방부가 28일 “사드(THAAD)의 최종 배치 여부는 당초 미 측에 공여키로 한 성주기지의 전체 부지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면 된다고 했던 국방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로 인해 사드가 정상적으로 배치·운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더 걸리게 됐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보통 6개월이면 완료되는 반면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평가 후 설명회 등을 통해 결과를 지역주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1년 이상 소요된다. 지역주민이 반발하는 경우 더 길어질 수 있다.

지난해 7월 공식 발표한 이후 우리 국방부는 배치의 시급성을 수없이 강조해 왔다. 그런데 내년 배치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는데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됐다 해도 국가의 주요 안보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했으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을 들고 있지만 국민 안위가 걸린 중대 문제라면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더 이상 공갈포가 아니다. 북한은 언제든지 도발할 준비가 돼 있고 의지도 있는데 우리는 절차의 투명성만 내세우고 있는 꼴이다.

미국과의 정교한 의견 조율도 요구된다. 공교롭게 미 상원은 이날 원유 수입 봉쇄를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 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과 다수의 한국 국민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권적 조치를 사실상 무기 연기시켜 버렸다. 지난달 말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 의회 지도부를 만나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배치가 늦어지거나 또 번복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장담했다. 이번 일로 한·미동맹에 틈이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