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수들은 더스틴 니퍼트(36)를 ‘퍼트형’이라고 부른다. 니퍼트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형처럼 의젓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팀을 위해 희생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소중히 여긴다.
KBO리그 7년차를 맞은 그는 지난 27일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거두고 개인 통산 91승(41패)째를 챙겨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한국에 온 것이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니퍼트. 그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동양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KBO리그에서 장수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니퍼트는 대학에 갈 때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빌스빌에서 살았다. 2002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5라운드 전체 459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된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14승16패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둔 뒤 2010 시즌 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됐다.
2011년 두산에 둥지를 튼 니퍼트는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2011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코리안 드림’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엔 28경기에서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0.880) 3관왕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었다.
니퍼트는 자신의 기록을 자랑하지 않고 늘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다. 개인 통산 91승을 거둔 뒤 “솔직히 기록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며 “동료들이 없었다면 기록도 없었을 것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들이다”고 밝혔다. 또 평소 “동료들이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다”며 “어린 선수는 선배를 존경하고, 선배는 어린 선수를 존중하는 모습에서 원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한다.
니퍼트는 특급 선수라고 훈련 때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국내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한다. 이런 니퍼트의 태도는 다른 외국인 선수 마이클 보우덴(31·투수), 닉 에반스(31·외야수)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번 시즌 개막 전 전지훈련에서 보우덴은 투수조 훈련에서 빠진 적이 없고, 에반스는 어린 한국 선수들과 똑같은 일정을 소화했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 녹아드는 친화력이 있다고 모두 KBO리그에서 성공할 순 없다. 실력도 뛰어나야 한다. 니퍼트의 최고 강점은 ‘투구 각도’다. 니퍼트는 203㎝, 103㎏의 큰 체구를 활용해 내리꽂는 투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한다. 키가 크고 팔이 긴 니퍼트를 상대한 타자들은 2층 높이에서 볼이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니퍼트의 또 다른 장점은 독특한 투구폼이다. 상체 위주의 피칭을 하는 니퍼트는 키킹 동작이 짧고 간결하다. 이 때문에 제구력이 뛰어나다. 간결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140㎞대 후반의 직구는 명품 결정구다.
두산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니퍼트는 지난해 1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한국과 더 깊은 인연을 맺은 니퍼트는 ‘니서방(니퍼트+서방)’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팬들은 훌륭한 인성과 뛰어난 실력을 갖춘 니퍼트를 용병이 아니라 토종 선수로 대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성적+장수’ 두 토끼 몰이… 니서방, 비결이 뭐야?
입력 2017-07-29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