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27일 첫 만남은 예상보다 허심탄회하게 진행됐다.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의 국민·가계 중심 경제정책 방향에 적극 화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일부 애로사항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문 대통령도 기업의 어려움을 적극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확대를 약속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면서 “골목상권과의 상생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해외 진출 시 중소 장비업체와 공동 진출해 상생협력에 힘쓰겠다”면서 “LG디스플레이에서는 1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했고 절반은 2, 3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사업 분야에서 국내외 스타트업 기업과의 상생협력 의사를 밝혔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상시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즉석에서 공언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차전지 음극재 등 사업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깜짝 스타’로 떠오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30년 이상 유지하며 서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협력을 더욱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총수들은 애로사항도 털어놓았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신고리 원전 5, 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 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정의선 부회장에게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 사업이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떻습니까”라고 위로하자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다시 기술 개발을 해서 도약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금춘수 부회장은 한국의 태양광 사업 여건을 묻는 문 대통령에게 “입지 조건을 조금 완화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손경식 CJ 회장 등이 서비스산업 육성을 건의하면서 박근혜정부가 내놓았던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법’도 거론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대로는 아니더라도 정기국회에서 여러 방법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화 도중 총수들이 어디까지를 비정규직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자 문 대통령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누가 먼저 이야기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정의 문제가 나와 토론했다”고 전했다.
초대기업 및 초고소득자 증세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손경식 회장은 마무리발언에서 “문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게 느끼고 간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만날 텐데 오늘 못한 말이 있다면 추가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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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27 21:42 수정 2017-07-27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