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환수하는 기구인 바른정부위원회(PCGG)가 폐지 위기에 몰렸다. PCGG가 폐지되면 마르코스 일가의 재산 환수 작업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독재유산 청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계 복귀를 노리는 마르코스 일가에도 힘이 실리게 돼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지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26일 행정조직 개편안의 하나로 대통령 직속 PCGG의 폐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벤저민 디오크노 예산장관은 “PCGG가 역할을 못 한다”며 “기구를 없애고 그 기능을 법무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정연설에서 조직 개편을 압박한지 이틀 만에 발표됐다.
두테르테와 마르코스 일가는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버지는 1965∼68년 마르코스의 행정비서관을 역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마르코스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이 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자 크게 아쉬워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르코스의 시신을 국립 ‘영웅묘지’로 이장하도록 승인했다.
마르코스 일가는 재임 기간 110억 달러(약 12조원)의 재산을 부정 축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GG는 지난해 기준으로 37억 달러(약 4조원)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의 명화와 보석 등을 경매해 추가로 환수하는 계획도 현 정부 들어 보류된 상태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독재자 마르코스 재산 환수 중단 위기
입력 2017-07-27 18:48 수정 2017-07-27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