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높은 실손보험 시장 철수 사태 올 수도

입력 2017-07-27 18:03 수정 2017-07-27 21:15
2021년부터 국내에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가 준비에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실손의료보험 등 손해율이 높은 상품 시장에서 업체들이 철수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업계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보험사 가계부’ IFRS17의 특징은 간단히 말해 원가가 아닌 현재 시가로 보험사의 자본과 부채를 모두 평가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보험사가 계약 체결 당시 원가로 회계를 처리했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앞으로 나갈 보험금까지 금리에 맞춰 새로 측정하고 책임준비금을 의무 적립해야 한다. 과거 금리가 높았던 시절 맺은 확정형 고금리 보험계약이 많은 업체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27일 IFRS17 도입과 관련해 추진 상황을 밝혔다.

금융 당국은 업계에 이미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줬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FRS17 도입 예고가 처음 나온 게 2011년이고 시행 시기도 수차례 미뤄지면서 2021년에 이른 것”이라면서 “(준비기간이 모자라다고 하기엔) 업계가 다소 안일하게 대처해온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보험업계가 재무 충격에 대비하도록 현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IFRS17 도입 시점에 맞출 수 있도록 새 지급여력제도(K-ICS)를 구축 중이다.

업계 파장은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부채 규모를 계산할 경우 IFRS17 도입에 따른 생명보험사 부채 증가 규모는 23조∼33조원에 이른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25일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가입 최초시점에서 보험사들이 월납 보험료의 최고 5배를 부채로 적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도 가입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갑작스레 악화하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손해율이 높은 상품시장에선 보험사들이 철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최근 정부가 업계에 보험료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0∼140%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가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은 “어차피 확정형 고금리 보험상품의 부실은 언젠가 털고 가야 했던 문제”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 회사의 자본력이 얼마나 떨어지느냐에 따라 업계 구조조정도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