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병원 ‘치유의 손’ 모델 서중근 원장 “수술은 의사가 하지만…”

입력 2017-07-28 05:00

“수술은 의사가 하지만 치유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마음이 잘 통하면 더 빨리 완쾌되죠.”

‘목 통증과 요통 치료의 달인’으로 통하는 서중근(67) 청담참튼튼병원 명예병원장의 진료철학이다.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참튼튼병원 진료실에서 서 명예원장을 만났다.

그는 2년 전 퇴임했지만 현역시절보다 더 바쁘게 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 이후에 퇴근한다. 토요일에도 수술 환자가 찾으면 언제든지 메스를 든다. 서울 송파구 남포교회 의료봉사위원장인 그는 의료봉사 활동도 21년간 이어오고 있다. 첫째주 일요일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재중동포(조선족)들의 건강을 돌보고, 셋째주 일요일엔 경기도 안산의 고려인(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에 거주하면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민족 동포)들을 찾는다.

고려대 의대 신경외과 주임교수였던 서 명예원장은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회장, 대한 신경통증학회 회장, 세계 척추신경외과학회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고 2015년 퇴임했다. 하지만 그의 양손을 모델로 한 조각작품 ‘치유의 손’(강희덕 작)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1층 로비 안내데스크 옆에서 환자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30여년간 그의 치유의 손을 통한 척추수술로 치유된 환자는 3만여명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는 강희덕(전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 작가를 꼽는다.

“14년 전 전신마비 증세를 보인 강 교수가 응급실로 실려왔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큰 일 날 뻔했지만 수술이 잘됐어요. 그 후 2006년 봄에 그가 손수 만든 조각 작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제 손을 모델로 했다면서요.”

서 명예원장의 의술은 아시아척추학회(ASIA SPINE)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척추학회에 초청돼 강연을 하고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의사로서 환자를 사랑하는 것이 1만개의 약보다 더 효과적”이라면서 “명의는 환자의 손상된 자아도 함께 회복시켜주는 공감치료를 펼친다”고 빙그레 웃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