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타깃’에 몸낮춘 BBQ… 모호한 상생案 내놔 여론 싸늘

입력 2017-07-28 05:02
제너시스BBQ 김태천 대표이사(왼쪽)와 박열하 커뮤니케이션실 부사장이 27일 서울 BBQ 종로관철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가맹점과의 상생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광고비 떠넘기기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인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긴급히 상생 방안을 발표하며 바짝 몸을 낮췄다. 그동안 가맹점에 광고영업비를 전가하고 인테리어·물류 등 통행세를 걷어 수익을 내왔던 관행을 바꿔 로열티를 받겠다는 것인데 반응은 냉랭하다.

BBQ는 서울 종로관철점에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패밀리(가맹점)와 BBQ의 동행 방안’을 발표했다. 동행 방안에는 유통마진 공개와 필수 구매 품목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유통마진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치킨 가격이 산지 생닭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측정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본부 대부분은 유통마진을 공개하지 않고 가맹점으로 하여금 물품을 지정된 업체를 통해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필요한 유통 구조가 추가돼 가맹점주 부담만 커지는 것이다.

BBQ 측은 생닭이나 올리브유, 소스·파우더 등 맛을 좌우하는 기본 품목을 제외하고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필수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하고 가격이나 광고·판촉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패밀리 BBQ 동행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김태천 BBQ 대표이사 부회장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기업공개(IPO)를 결정했고 이를 준비하는 단계”라며 “이 과정에서 가맹점 사업자에게 본사 주식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열티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물류나 인테리어 비용 등을 부풀려 수익을 내왔다. BBQ의 로열티 제도 도입은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는 취지지만 ‘최소한’의 구매 필수 품목들이나 규정들이 모호한 데다 필수 품목이 줄더라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로열티가 과도하게 책정될 경우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BBQ 본사가 부담해야 할 광고영업비를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겼다는 의혹이 일자 현장 조사에 나섰다. 또 오너 친인척 회사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거나 통행세를 매겼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BBQ는 최근 치킨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인상안을 철회했다.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MP그룹) 정우현 전 회장이 가맹점에 갑질을 하고 15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부당 사용한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검찰의 다음 칼날이 BBQ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