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특정 교파나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들도 교단이 주는 경직된 소속감이나 딱딱한 규제를 탈피해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임이나 네트워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 갤럽이 지난 18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가운데 30%가 자신을 특정 개신교파나 교단에 속해있는 신자라고 응답했다. 2000년의 50%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또 자신은 어떤 종교나 교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미국인도 17%나 됐다. 같은 기간에 비해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갤럽은 미국인들의 종교분포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5월과 12월 두 차례 18세 이상 성인남녀 2053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자신을 특정 개신교 교파나 교단에 속해 있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2000년 50%에서 2001년 45%, 2008년 44%, 2013년 36%로 계속 하락해왔다.
이 같은 교파 이탈 현상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개신교 신자의 경우 로마가톨릭교도나 몰몬교도와 달리 큰 폭으로 소속 교파나 교단에서 이탈했다. 로마가톨릭교도나 몰몬교도의 경우 2000년부터 2016년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또 기독교인들은 또 더 이상 자신을 침례교도나 감리교도, 루터교인, 성공회교인 등으로 지칭하지 않고 그저 ‘기독교인’으로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하고 있다고 갤럽은 설명했다. 과거엔 교단 이름을 넣어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표현했으나 지금은 이를 떼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도 최근 하트포드종교연구소의 조사결과를 인용, “2010년까지 교파 정체성을 떠난 미국교회가 3만5000개가 넘으며 교인은 120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교회 이름에서 교단명을 빼는 경향과도 관련 있다. 미국의 40개 주요 교단 교회 중 63%가 교회 이름에 교단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CT는 보도했다.
갤럽 측은 “미국 기독교인들이 교파를 떠나는 이유는 교파에 대한 형식적 충성도에서 벗어나 더 깊은 영적 차원을 찾으려 시도하는 데다 공동체적 경험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경향은 특정 목적을 위해 교회들이 뭉치는 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협회나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연합체들로 갈보리채플협회나 윌로우크릭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선교적 교회 개척 운동을 위한 ‘ACTS29' 네트워크도 활발하다.
미국 풀러신학교 겸임교수이자 소마(SOMA)대학 학장인 이상훈 교수는 “교단들은 시대적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과거의 틀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데 실패했다”며 “(교파를 초월해) 새롭게 탄생하는 교회들은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자유로운 시도와 모험이 가능한 비제도권 교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글=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美 기독교인, 탈교단·초교파 바람 분다
입력 2017-07-2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