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000에서 910724로.
에리트레아 난민 요세프(26)씨의 외국인등록번호 앞자리가 3년 만에 바뀐다.
요세프씨는 25일 수화기 너머에서 감격에 찬 목소리로 “최근 법무부에서 외국인등록번호를 바꿔준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생년월일이 어떻게 바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7월 24일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3년 전 국내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날짜다(국민일보 7월 3일자 12면 참조).
요세프씨는 지난 3년간 앞자리가 910000인 외국인등록번호를 받고 살아왔다. 생일이 없는 번호 탓에 휴대전화 개통, 취업, 건강보험료 혜택을 받지 못했다. 국민일보 보도로 요세프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법무부가 새 등록번호를 부여키로 했다. 요세프씨를 돕고 있는 이정훈 변호사는 “처음에는 법무부에서 난민 인정 서류에 표시된 번호의 변경을 신청하면 외국인등록번호를 고쳐주겠다고 했는데, 지난주쯤 이와 관계없이 바꿔주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보도가 나간 지난 3일 법무부 관계자는 “생일 없는 외국인등록번호도 문제가 없다”며 “요세프씨처럼 출생연도만 표시된 이들이 상당수 체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뒷자리 고유번호가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휴대전화 개통 등에 문제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요세프씨가 변호사와 함께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갔지만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지금까지 0000번호가 문제된 경우는 없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보도 이후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1월 1일이라도 임의로 부여해 주지 0월 0일이 뭐냐” “법무부가 나서서 해결해줘라” “신청한 날짜라도 반영됐으면 안 되는 것이었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제야 법무부는 등록번호 변경을 약속했다.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비슷한 사례들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민은 특수하다. 종교나 정치 문제 등으로 조국에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길 원치 않는 이들이다. 한국은 난민 인정비율이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지만, 그래도 난민법은 엄연히 존재한다. 이 법은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과 기초생활보장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 당국부터 난민을 사회 구성원으로 보듬어 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허경구 사회부 기자 nine@kmib.co.kr
[현장기자-허경구] 난민도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
입력 2017-07-26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