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상생실험’… 청소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

입력 2017-07-27 05:00
경희대가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다. 이번 경희대의 정규직 전환 결정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급 인상을 놓고 대립하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대학들은 뚜렷한 입장 표명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 1일 산업기술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산하의 자회사로 ‘케이에코텍’을 설립해 청소노동자 135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26일 밝혔다. 경희대는 2015년부터 학교와 청소노동자, 희망제작소와 함께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경희모델’을 추진해 왔다. 경희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의 연령과 정년 등을 고려해 자회사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희대 청소노동자 135명은 자회사와 고용 계약을 맺고 7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게 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경희대 분회 백영란 분회장은 “안정적으로 정년까지 일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면서도 “노동조건 개선, 근속기간 인정, 생활임금 보장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금 복지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은 현재 조율 중이다. 조진원 케이에코텍 대표는 “이번 자회사 설립이 새로운 실험이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와 행위자들이 숙고해서 좋은 모델로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등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학교 측의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산하 연세대 신촌캠퍼스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은 25일부터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홍익대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1일부터 학내 점거농성에 들어가 시급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고려대와 서강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시급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앞서 이화여대 청소·경비·시설·주차 노동자들은 지난 12일 파업에 들어간 끝에 19일 학교 측으로부터 시급 830원 인상을 약속받았다. 이보다 앞서 18일에는 덕성여대와 광운대가 시급 830원 인상에 합의했다.

이번 경희대 결정과 관련해 최다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연세대도 조속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인 것을 인정하고 시급 인상을 약속해야만 한다”고 이날 밝혔다.

허경구 손재호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