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은행, 전당포식 영업 말라”

입력 2017-07-27 05:00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치중하는 은행권의 영업 관행을 겨냥해 “전당포식 영업”이라고 질타했다. 은행들이 혁신 중소기업 대출보다 ‘손쉬운 영업’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대손충당금을 지금보다 더 쌓도록 하는 등 자본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최 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은행 영업 행태가 ‘경제적 공해(Economic pollution)’를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자금이 혁신적 분야보다 부동산 등에 쏠리면 거시경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990년대만 해도 가계대출을 전담했던 국민은행과 다른 은행의 영업 방식에 차이가 많았다”며 “지금은 모든 은행이 국민은행화(化)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은행의 여신 종류별 비중을 언급하며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의 전체 대출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은 1999년 57.1%, 2016년 56.0%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28.2%에서 54.0%로, 신한은행은 23.9%에서 51%로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보증대출이 지난 4월 기준으로 69.2%에 달하는 등 리스크(위험) 회피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 위원장은 금융 시스템 패러다임을 ‘소비적 금융’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정책금융 지원 체계를 바꿔 4차 산업혁명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담보·보증 없이 기술만으로도 자금을 지원받고 창업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또 금융업권별 자본 규제를 전면 재점검한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여 은행이 충당금을 더 쌓게 하고, 기업 대출의 충당금 부담은 낮추는 방식이 가능하다. 최 위원장은 “위험가중치 조정은 은행 건전성을 위해 계속 있었던 제도”라며 “그런 개선은 관치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금융’도 강조했다. 우선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를 내년 1월부터 24%로 내린다. 대부업 광고시간 규제도 강화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대부업 광고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현재 오후 10시 이후 대부업 광고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새벽 1∼2시에 잔다. 시간 규제를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국민행복기금뿐만 아니라 금융 공공기관과 대부업체가 보유한 장기 소액 연체채권도 정리키로 했다. 범위, 방식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현재 10등급으로 나뉜 개인신용 평가 제도를 세분화해 중·저신용자가 적정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