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끓는데… 갈수록 졸아드는 주식형 펀드
입력 2017-07-27 05:01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2450선까지 뚫으며 기세를 떨치고 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는 잔치에서 소외됐다. 펀드 자금은 연일 빠져나가고 있다.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펀드를 사지도 팔지도 못했던 투자자들이 강세장에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하루에만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52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 24일까지 총 138거래일 중 펀드 자금이 순유출된 거래일이 70% 이상이다. 2007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약 14조원이 환매된 가운데 올해 빠져나간 금액만 6조원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스피 랠리’가 주식형 펀드 ‘몰락’의 주된 이유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20.4%라는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자 펀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특히 코스피가 1800∼2000대에 갇혔던 6년의 ‘박스피’ 기간 펀드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는 낮을 대로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6∼2008년엔 주식형 펀드 붐이 불어 설정액이 대량 늘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투자자는 코스피지수 1900구간에선 펀드에 가입하고 2000을 넘으면 해지하는 모습으로 약세장에서 대응했다. 그러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2400포인트를 거뜬히 넘자 대량 유출세가 나타난 것이다.
직접투자의 증가도 주식형 펀드 환매의 원인 중 하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거래활동계좌는 2347만2085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 2명 중 1명꼴로 주식계좌를 갖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간접투자인 주식형 펀드에서 발을 빼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직접투자의 증가세가 주식 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자신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승준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피 강세장 속에선 투자자들이 ‘전문가에게 맡겨 분산투자하는 것보다 직접 상승 종목을 골라 직접투자하는 게 수익을 더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조정받을 때마다 순유입세로 전환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2350선에서 자금 유입세가 보였고 주식시장이 또다시 박스피에 갇힐 확률이 적기 때문에 앞으로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세는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