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면 된다?… 아이돌학교, ‘프듀’가 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7-07-27 06:00
지난 3월 공지됐던 Mnet ‘아이돌학교’(사진) 모집요강에는 이런 내용이 적혔다. “신입생 입학조건은 단 하나. 춤과 노래는 필요 없어요. 마음이 예쁜, 얼굴이 예쁜, 그리고 끼가 예쁜 소녀. 예쁘면 돼요.”

‘프로듀스 101’의 성공에 한껏 들뜬 Mnet은 새로운 걸그룹 육성 프로그램 ‘아이돌학교’를 기획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예뻐야 한다는 것.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다. 단 2화 만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2화 시청률(1.2%·닐슨코리아 기준)은 1화(2.3%)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소녀들의 성장기를 그린다”는 포부로 출발한 ‘아이돌학교’는 ‘프로듀스101’과 달리 기획사 소속 연습생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 41명의 출연자를 11주간 교육시킨 뒤 시청자 투표로 최종 9인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력보다 가능성이 중요하다”던 제작진의 ‘빅 픽처’는 시작과 동시에 유명무실해졌다. 출연자들은 입소 직후 춤·노래 평가를 받았다. 소속사 트레이닝과 타 오디션 프로그램 경험자들이 포함된 상황에 학생 간 실력 차는 컸다. 그리고 이를 뒤집을 만한 충분한 시간이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바다·장진영(음악) 박준희·스테파니(안무) 등 교사들은 뭔가 가르치기보다 개개인 평가를 내리기에 급급하다. 담임을 맡은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킬링 파트’에서 시선을 받는 법 따위를 가르친다. 교장으로 합류한 배우 이순재는 “바른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훈화 말씀을 읊을 뿐이다.

지나친 외모 강조는 수시로 등장한다. 교가 제목부터 ‘예쁘니까’다. 출연자들은 서로의 몸무게, 팔뚝 굵기 등을 비교하며 부러움 혹은 우쭐함을 느낀다. 특히나 여학생들이 단체로 카메라를 향해 “예쁘게 키워주세요”라고 인사하는 모습은 민망하다.

성 상품화도 노골적이다. 출연자들을 줄곧 세일러 교복이나 하의가 짧은 일본식 체육복을 입는다. ‘폐활량 훈련’이라며 흰 티셔츠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가고, ‘무대위기 대처술’이라며 얇은 교복에 인공 빗줄기를 맞으며 춤을 춘다.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장경남 PD는 “예쁘다는 말에도 여러 의미가 있지 않나. 얼굴 뿐 아니라 열정 마음 가능성 등이 두루 예쁜지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본식 체육복 논란에 대해서는 “예쁜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예쁜 옷을 찾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그는 “방송이 시작되면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을 향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