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00승.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강팀을 상징하는 지표다. 1892년부터 지난해까지 MLB 125년 동안 시즌 100승 이상을 달성한 팀이 나온 것은 99번이다. 전력이 상향평준화된 최근 MLB에서 한 시즌(정규리그 162경기) 동안 100승을 따내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번 시즌 ‘금수저’ 팀 LA 다저스(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와 ‘흙수저’ 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가 경쟁하듯 100승 고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26일(한국시간) 현재 70승 31패, 승률 0.693을 기록 중인 다저스는 산술적으로 112승까지도 가능하다. 67승 33패, 승률 0.670인 휴스턴은 109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 다저스가 시즌 100승 이상을 거둔 것은 1974년(102승)이 마지막이었다. 휴스턴은 1998년 이래 19년 만에 시즌 100승에 도전한다. 다저스와 휴스턴이 역대급 전력으로 메이저리그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스포츠 연봉 정보 사이트인 spotrac.com에 따르면 다저스는 올 시즌 연봉 총액이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에 달해 MLB 전체 30개 구단 중 1위에 올랐다. 심지어 다저스는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MLB 개막 기준 연봉 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휴스턴은 연봉 총액이 1억3700만 달러(약 1530억원) 수준에 그쳐 17위에 머물렀다.
‘금수저’ 다저스와 ‘흙수저’ 휴스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두 팀이 비슷한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다저스는 3300만 달러(약 367억원)를 받아 MLB 전체 연봉 1위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앞세우고 있다. 혜성 같이 나타난 알렉스 우드가 커쇼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브랜든 맥카시, 리치 힐, 마에다 겐타, 류현진 등 풍부한 선발 자원도 강점이다. MLB 전체 세이브 5위(25세이브)에 올라 있는 켄리 젠슨이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또 내셔널리그 신인왕 및 홈런왕에 도전 중인 코디 벨린저를 비롯, 크리스 테일러, 코리 시거 등 신예 선수들이 급성장한 점도 다저스 상승세의 이유다.
다저스와 달리 휴스턴은 최근까지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다 2015년부터 지구 2위에 오르며 반전 드라마를 써 가고 있다. 휴스턴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1∼2013년 동안 3년 연속 지구 꼴찌 및 100패 이상을 기록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 동안 휴스턴은 유망주 육성과 리빌딩에 초점을 맞췄다. 2012년 입단, 2015년 사이영상을 차지한 좌완 댈러스 카이클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일시 이탈했지만 올 시즌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 중이다.
휴스턴이 고전하던 2011년 입단한 주전 2루수 호세 알투베는 반전의 해였던 2015년 들어온 카를로스 코레아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강타선을 이끌고 있다. 알투베는 타율 0.364로 MLB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데뷔와 동시에 2015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오른 코레아는 유격수로서 알투베와 찰떡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또 타율 0.320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최근 탄탄대로를 걸어 온 다저스와 리빌딩 성공 이후 강팀으로 거듭난 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나 진검승부를 펼칠지 벌써부터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금수저’ 다저스 vs ‘흙수저’ 휴스턴… 100승 ‘수저 대결’
입력 2017-07-2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