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권, 금융위원장 질책 무겁게 받아들여야

입력 2017-07-26 17:30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를 따끔하게 나무랐다. 최 위원장은 2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이 본연의 역할보다는 쉬운 이익 상품에 의존해 돈벌이에만 치중했다며 질타했다. 그는 “그간 금융권이 혁신 중소기업 대출 등 생산적 분야보다 손쉬운 이익 상품인 가계대출, 부동산 금융에 집중해 거시경제의 취약성을 키웠다”며 “금융이 위험 선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금융권이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아야 함에도 차주(가계·기업)와 정책금융기관에 위험을 전가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금융 당국의 수장이 언론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에서 금융업체의 구태를 강도 높게 질책한 것이다.

금융권, 특히 은행을 주로 겨냥한 최 위원장의 지적에 많은 국민은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많다. 올 상반기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은 평균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 순이익 규모다. 문제는 수익의 주 원천이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담보대출 등 위험이 낮으면서 이자 수익은 많은 상품이나 은행 수수료 등이라는 점이다. 위험 부담이 큰 기술금융 등에는 소홀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담보 중심의 여신에 매달리면서 이자나 노리다보니 은행을 ‘이자 따먹는 전당포’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 은행원의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웃돌고 거액의 성과급 얘기까지 나오면서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부채 1400조원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은행은 돈 잔치를 벌이는 게 현실이다.

은행은 지금과 같은 고비용·저효율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보신적 여신 관행에 기대다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국내만 해도 케이뱅크에 이어 27일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는 등 미세하나마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과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카카오뱅크의 출현은 젊은 세대의 금융 행동양식을 바꿀 수도 있다. 은행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활로 모색이 쉽지 않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안이한 영업 관행을 바로잡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은 산업의 피나 마찬가지다. 산업 생태계 전반에 적정한 양이 골고루 퍼지지 않으면 부작용이 따른다. 담보와 보증 위주의 특정 상품에 주력해 이자만 노리는 은행의 경영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