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담뱃값을 2000원 내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초고소득층 증세’ 방침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박근혜정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팔을 걷어붙이고 올렸던 담뱃값을 다시 내리겠다는 것이다.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담뱃값 인하가 실제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담뱃값 인하는 서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지난 5·9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공약했던 사안”이라며 “비록 대선에서 패했지만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뱃값 인하 방침은 이미 지난달 한국당 지도부가 공식 발표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마치 증세에 역공을 가하기 위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는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대는 연간 4조9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당은 2014년 2000원 올린 담뱃값을 2000원 낮춰 원상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최측근인 윤한홍 의원이 담뱃값 인하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이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담뱃값 인상의 주목적이었던 흡연율 감소가 이뤄지지 않고 서민 부담만 늘었기 때문에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담뱃값을 올렸지만 흡연율은 다시 늘어나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게다가 담배를 주로 피우는 사람들이 서민층이라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서도 담뱃값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우리가 욕을 먹고 담뱃세를 올렸는데, 그 돈이 다 문재인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허비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유류세 인하도 추진하고 있다. 배기량 2000㏄ 미만 모든 차종에 대해 유류세를 절반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도 대선 당시 공약이었다. 한국당은 유류가 더 이상 사치성 소비재가 아닌 생활필수재임에도 세금이 과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액은 7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유류세를 낮추면 소비 진작, 내수 활성화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다른 종류의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정당들은 한국당의 담뱃세 인하 방침을 비난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이 올린 담뱃세를 내리자는 발상은 담뱃세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네티즌들이 정치가 장난이냐며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은 문재인정부 흔들기 수단으로 감세안을 들고 나온 것 같다”면서 “(한국당이) 보수정당이라지만 극우정당에 더해 포퓰리즘 정당이란 걸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자기모순’에 빠진 한국당… 담뱃값 2000원 인하 추진
입력 2017-07-26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