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사인받고 수영 시작한 소녀, ‘수영 여제’ 등극

입력 2017-07-27 05:02
케이티 러데키가 26일(한국시간) 열린 2017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화뉴시스

9세 소녀는 사인회에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2·은퇴·미국)에게 사인을 받은 뒤 활짝 웃었다. 자기도 세계적인 수영 선수가 되고 싶었다. ‘펠프스 키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수영장으로 갔다. 하루 7∼8시간 동안 물살을 가르며 강훈련을 했다. 그리고 11년 후 마침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선수 통산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약관의 나이에 ‘수영 여제’로 등극한 케이티 러데키(20·미국)는 이제 자신의 영웅인 펠프스의 기록을 넘어설 태세다.

러데키는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15분31초82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24일 여자 자유형 400m와 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러데키는 이날 우승으로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유형 400m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경영 사상 처음으로 단일종목 대회 3회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룬 러데키는 자유형 1500m에서도 3연패를 달성했다. 처음 출전한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4관왕을, 2015년 러시아 카잔 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한 러데키는 이번 대회에서 벌써 3관왕에 올랐다. 러데키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목인 자유형 200m·400m·800m·1500m와 단체전인 계영 400m·800m 등 총 6개 종목에 출전한다. 전 종목에서 결선에 진출한다면 무려 6300m를 수영하게 된다. 펠프스가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총 7개 금메달을 딸 당시 역영한 거리는 3200m이다.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통산 12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러데키는 미시 프랭클린(22·미국)이 2011년부터 모은 통산 금메달 11개를 넘어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여자 선수 최다 금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이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데키보다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는 펠프스(금 26, 은 6, 동 1)와 라이언 록티(금 18, 은 5, 동 4·미국)밖에 없다. 전성기를 맞은 러데키가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펠퍼스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러데키는 15세 때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자유형 800m 금메달을 따내더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관왕(200m·400m·800m자유형·계영 800m)에 오르며 펠프스의 뒤를 이를 스타로 떠올랐다. 러데키를 지도한 브루스 게멜 감독은 “러데키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체력이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며 “러데키가 경기를 할 때마다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