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개선?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반성

입력 2017-07-26 05:00

박근혜정부에서 소득분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외치던 정부가 180도 달라졌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격차를 줄이려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강한 세제를 강화하면 된다. 이에 정부는 재정정책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25일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양극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근거로 시장소득(세금을 떼기 이전 소득) 기준 지니계수, 가처분소득(세금을 내고 난 이후 소득) 기준 지니계수의 국제적 위상이 차이가 나는 점을 들었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잘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4년 우리나라의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0.341)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가장 좋았다. 반면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0.302)는 35개국과 비교해 중위권인 18위에 그쳤다. 소득을 분배하는 기능이 있는 세금을 냈는데도 빈부격차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나빠지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2013년부터 꾸준히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었다. 박근혜정부도 근거로 지니계수를 꼽았다.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2012년 0.307에서 2015년 0.295로 낮아졌음을 강조했다. 같은 수치를 놓고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가 다르게 평가·분석한 것이다.

정부는 양극화를 타개할 카드로 재정정책을 내세웠다. 내년부터 저소득층이 받는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부양의무자 기준도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늘어나는 재정 부담은 예산 확대로 해결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정부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연 4.5∼5.0% 전망)보다 높게 가져간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우려도 제기된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2020년이면 지난해 세운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예상 세출을 최소 13조원 상회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다소 부담은 되지만 필요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