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검찰개혁 바람을 안고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25일 취임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임명장 수령 및 정식 취임까지 만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은 검찰 안과 밖의 쓴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퀵 서비스 기사·시장 상인 등 일반 시민, 범죄 피해자, 판사·변호사, 취재기자, 검찰 수사관 등이 동영상에 출연, 검찰을 향해 고언을 했다. “어떤 때 보면 너무 봐주기식으로 (수사) 할 때가 있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도 그 쪽으로 바뀐다” “검찰의 수사역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있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문 총장은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정책 구상을 밝혔다. 그는 “저부터 바뀌겠다”며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을 3대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 총장은 수사기록 공개범위 확대 등 수사 과정·결과의 투명성, 내부비리 엄정 단속, 수사방식 변화, 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 등을 강조했다. 다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제도개혁 문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사에는 ‘개혁’ 대신 ‘변화’란 단어가 3차례 언급됐다.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맞춰 취임식에 법무부 간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검찰총장 앞에 도열해 하던 개별 신고도 없었다.
문 총장이 취임하는 날 검찰총장의 ‘친위대’로 불리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은 해체에 가까운 전면 개편 절차에 들어갔다. 대검은 범정기획관실 소속 수사관 40여명에게 이달 말까지 일선 검찰청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당 업무도 이날부터 중단됐다. 사전 예고 없이 지침이 하달됐으며, 일부 수사관들은 사무실도 폐쇄돼 소회의실 등에서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범정기획관실의 역할, 대외활동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 방침을 정한 뒤 리빌딩을 거쳐 다시 수사관 선발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직속인 범정기획관실은 전국 검찰의 범죄정보를 취합·분석하고 자체적으로도 정보수집 활동을 하면서 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대검 관계자는 “문 총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부터 활동한 수사관들을 ‘물갈이’하고, 조직 운영 방식을 원점부터 정비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검찰총장 힘 빼기를 원하는 청와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2013년 4월 중수부가 문을 닫은 이래 대검의 직접 수사권한은 없어졌지만, 첩보수집·생산 활동은 오히려 영역을 넓혀 검찰총장의 힘을 뒷받침해 왔다는 지적을 들었다. 지난달 범정 수사관이 민정수석실 직원의 비위 첩보를 입수해 확인을 하려다 청와대 측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글=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쓴소리 경청하며 출범한 문무일號 검찰
입력 2017-07-2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