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활짝 열고… 분배개선 행동에 나선다

입력 2017-07-26 05:00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출발점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꿔 말하면 ‘사람(가계)’은 그동안 우리 경제 시스템에서 소외돼 있었다는 고백이다. 실제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대기업·수출 등 물적 자본 투자를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만 도드라졌다. 2000년대 이후 기업소득은 255%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은 1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교육·복지 등 사람에 대한 정부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4%(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골고루 나눠줄 만큼 파이가 커지지 않았다며 일단 파이를 키우자는 지난 10년의 시도는 파이는 그대로인데 분배만 악화된 실패로 끝난 셈이다.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선언은 이런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김 부총리는 이를 “낯설다”고 표현했다.

낯선 패러다임의 핵심 키워드는 ‘큰 정부’와 일자리다. 향후 5년 동안 경상성장률보다 높은 재정지출 증가율을 유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빚을 내더라도 취약계층 보호 등 분배 개선에 힘쓰겠다는 뜻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사실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박근혜정부 시절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가계소득증대세제 3종 세트’ 도입 등을 통해 가계소득 증대를 시발점으로 한 소비 확대와 경기 활성화를 꾀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곳간을 꼭꼭 닫은 채 ‘빚내서 집사라’며 부동산을 마중물로 사용했다. 이에 반해 새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분을 부담하는 등 재정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재정은 한정돼 있다. 가계 중심의 분배-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다음달 2일 발표 예정인 세제개편안을 통해 근로소득증대세제 등 일자리 지원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예산의 인센티브 및 축소 기준은 일자리가 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일자리 창출과 연관되지 않은 정부 사업은 키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경제정의 확립도 패러다임 전환의 한 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활동을 위해 담합 피해에 대한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 다중대표소송제 등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차단을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체적 액션플랜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투자 촉진 정책은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설계돼 있다. 미우나 고우나 현 경제의 주축인 대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찾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먹거리 발굴 방안 역시 추상적이라는 비판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