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8·인천시청)은 10년 넘게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금빛 물살을 가르며 혼자 외롭게 한국 수영의 자존심을 지켜 왔다. 한국 수영이 박태환만 바라보고 있을 때 기대주들은 묵묵히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마침내 국제무대에서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안세현(22·SK텔레콤)이다.
안세현은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역대 한국 여자 선수 최고 성적을 거두며 한국 수영의 미래를 책임질 스타로 떠올랐다.
안세현은 25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접영 100m 결선에서 57초07의 한국 신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전날 준결선에서 자신이 작성한 한국 기록(57초15)을 하루 만에 0.08초 단축한 것이다.
안세현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영 50m 결선에 출전해 8위에 올랐던 이남은의 역대 대회 최고 성적을 넘었다. 안세현의 5위 성적은 올림픽을 포함한 메이저대회 한국 여자 선수 최고 성적이다. 올림픽에선 2004년 아테네 대회 여자 개인혼영 200m에 출전했던 남유선이 결선에서 7위를 차지한 바 있다.
7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안세현은 0.64초의 반응속도로 물에 뛰어들었다. 8명의 선수 중 두 번째로 빨랐다. 첫 50m를 26초58로 주파한 안세현은 5번째로 반환점을 돌았다. 안세현은 남은 50m에서 스퍼트를 올렸지만 순위를 끌어올리진 못했다. 하지만 동메달을 차지한 켈시 워렐(미국·56초37)에 불과 0.70초밖에 뒤지지 않았다.
여자 선수로는 전성기에 해당하는 20대 초반의 안세현은 2015년부터 박태환의 옛 스승인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안세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접영 100m와 200m 종목에서 준결선에 진출했지만 목표였던 결선엔 오르지 못했다.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에 미치지 못하는 레이스를 펼친 안세현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내가 작아 보였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안세현은 지난해 12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에서 57초60의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상승세를 탄 안세현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2017 마레 노스트럼 수영시리즈에서 한국 기록을 57초28로 단축시킨 데 이어 이번에 두 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안세현이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2019 광주세계선수권대회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첫 메달을 노려볼 수도 있다. 안세현은 이날 아시아 선수들 중 1위에 올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김서영(23·경북도청)은 이날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선에서 2분10초40에 레이스를 마쳐 8명 중 6위를 차지했다. 전날 준결선에서 한국 신기록(2분09초86)을 세우며 전체 5위에 올라 메달 획득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선에서 부진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김서영은 이번에 한국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세계선수권 개인혼영 결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서영은 취약 종목인 평영을 좀 더 가다듬으면 메이저대회 메달권에 들 수 있을 전망이다.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두 인어공주 ‘안세현·김서영’, 한국女수영 부흥 ‘물보라’
입력 2017-07-2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