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 가이드라인에 의해 제한돼 있는 탄두 중량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전력 고도화에 맞서 양국이 한국의 미사일 대응 능력을 높이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그간 우리 측의 확대 요구에 난색을 표해오던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2012년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며 최대 사거리를 기존 300㎞에서 800㎞로 늘렸지만 탄두 중량은 500㎏으로 유지했다. 문제는 이 중량의 재래식 탄두로는 한·미 군 당국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김정은의 지휘소와 핵·미사일 기지 등 800∼1000곳을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심 시설은 주로 화강암반 지하 수십 m 깊이에 있다고 한다. 우리 군이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이유다. 두 정상이 중량을 늘리기로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앞으로 있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에서 구체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과감하게 제기한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튼튼한 안보를 토대로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처럼 강한 국방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볼 게 분명하다. 억지력이 강화돼야 협상력이 높아지고 김정은이 공포심을 느껴야 핵·미사일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정상의 논의 내용이 알려지자 정부 일각에서 대북 대화 제의 정국에서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탄두 중량 확대를 계기로 보다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해 나가야 한다.
[사설] 한국軍 미사일의 탄두 중량 조속히 늘려야
입력 2017-07-25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