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대법원 체제 개편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편안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대규모 ‘촛불시위’를 일으킨 민심을 받아들인 조처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상·하원을 통과한 대법원 개편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개편안은 사법정의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입법·사법·행정부 인사로 구성된 국가법원평의회(KRS)가 갖고 있는 대법관 임명권을 법무장관에게 이전하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이 법안이 삼권분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상원은 지난 22일 개편안을 강행 처리했다. 앞서 하원도 지난 20일 이 법안을 가결시켰다. 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우파 성향 집권당 ‘법과 정의당’ 정권이 사실상 대법원을 장악하게 될 전망이었다.
폴란드 국민은 개편안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수도 바르샤바의 대법원 청사를 찾아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였다. 최근 일주일 동안 폴란드 전역이 시위대의 촛불로 뒤덮였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민주화 영웅 레흐 바웬사(74) 전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이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며 사법권 수호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폴란드가 1989년 이후 가장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 의회가 사법부 훼손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경우 EU 회원국 표결권을 박탈하는 등 중징계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신훈 기자
‘폴란드 촛불’에 사법부 장악 시도 ‘흔들’
입력 2017-07-24 23:10 수정 2017-07-24 23:13